최윤 찌꺼기의 비명
2026-09-01
중개된 몸
‘여성-주체-되기’와 시민권
대체 ‘여성이 주체가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여성이 대상화·도구화되지 않는 것’이라는 대답이 즉각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주체화’와 ‘대상화’는 정말 대립하는 개념일까? ‘대상화’나 ‘도구화’는 언제나 나쁘기만 할까? 이를테면, ‘성적 대상화’ 없이 자신을 성적인 존재로 인식하거나, 성적인 감정과 관계를 경험·재현할 수 있나?
위키백과는 ‘성적 대상화(sexual objectification)’를 ‘성적 객체화’ ‘성적 객관화’ ‘성적 사물화’와 동의어 관계에 있다고 풀이하는데, 이 정의에 따르면 ‘대상화’는 “한 개인을 그 사람의 품성이나 존엄성에 상관없이 상품이나 물건으로 취급하는 행위”다. 이때 방점은 “상품이나 물건으로”에 있을 텐데, 그렇다면 이 정의와 보다 정확하게 조응하는 개념은 ‘성적 사물화’, 즉 ‘자신의 성적 욕망과 관련해 상대를 비인격화·탈인격화하는 인식 또는 행위’일 것이다.
장애인은 많은 비장애 여성들이 직장과 길거리에서 매일 직면하는 성적 대상화와 성희롱을 모면한다. 덕분에 나는 약간의 공간을 차지할 수 있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모든 시선을 그대로 받거나 피하는 와중에, 내가 성적인 추파까지 대처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감사한다. 다른 한편,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에게 쏟아지는 어떤 종류의 응시에도 성적인 응시가 없는 가운데, 우리는 성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상실한다. 이 부재, 이 상실이 내 삶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표현할 언어가 내겐 거의 없다.
— 최윤
대체 ‘여성이 주체가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여성이 대상화·도구화되지 않는 것’이라는 대답이 즉각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주체화’와 ‘대상화’는 정말 대립하는 개념일까? ‘대상화’나 ‘도구화’는 언제나 나쁘기만 할까? 이를테면, ‘성적 대상화’ 없이 자신을 성적인 존재로 인식하거나, 성적인 감정과 관계를 경험·재현할 수 있나?
위키백과는 ‘성적 대상화(sexual objectification)’를 ‘성적 객체화’ ‘성적 객관화’ ‘성적 사물화’와 동의어 관계에 있다고 풀이하는데, 이 정의에 따르면 ‘대상화’는 “한 개인을 그 사람의 품성이나 존엄성에 상관없이 상품이나 물건으로 취급하는 행위”다. 이때 방점은 “상품이나 물건으로”에 있을 텐데, 그렇다면 이 정의와 보다 정확하게 조응하는 개념은 ‘성적 사물화’, 즉 ‘자신의 성적 욕망과 관련해 상대를 비인격화·탈인격화하는 인식 또는 행위’일 것이다.

지난 20여 년 사이 서울은 훨씬 촘촘해졌고, 조용한 뒷골목이었던 창성동은 어느새 큰 길이 되었습니다. 동네의 1층은 패션숍과 인터내셔널 브랜드들로 채워졌고, 길을 향해 큰 창을 낸 팩토리는 주변의 다이나믹과 점점 달라져갔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어색함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돈 냄새 나지 않는 비영리 공간이 서울 한가운데 1층에 있는 것도 나름 쿨하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를 달래면서요. 그전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이 길을 채웠지만, 그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팩토리2의 예술적 시도를 접하고 새로움을 느끼거나 소수성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팩토리2와 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호흡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다는 것을 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더 들썩이는 리듬으로 소비되고 빠르게 변해가는 풍경 앞에서, 오히려 우리만의 작은 감각을 더 담담하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조금 더 오래 이 자리에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HIV 감염인의 사회적/신체적 장애 경험과 법제도 마련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미간행), 2019.10.18.
- 「에이즈와 장애, 가장 소수적 두 이름의 만남」, http://beminor.com/detail.php?number=7016.
- 유성원,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난다, 2020.
- 일레인 스캐리, 『고통받는 몸』, 메이 옮김, 오월의봄, 2018.